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긴급성명서
작성자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 등록일 21-05-04
- 조회5,411회
- 이름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본문
긴급성명서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KPFA, 이하 ‘축구선수협’)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프로축구연맹이 준비한 “프로축구 선수표준계약서(안)”을 수용할 수 없다.
지난 해 10월경부터 문체부는 선수의 인권을 보호하고 공정한 프로스포츠 환경을 조성한다는 명분 아래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 4대 프로스포츠의 선수표준계약서를 준비하여 왔으며, 최근 그 안을 확정하여 축구선수협에 송부하였다.
그 과정에서, 문체부는 축구선수협에 선수표준계약서 초안을 발송하고, 그에 대한 의견을 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으나, 선수들의 인권까지 침해하는 중대한 독소조항이자 축구선수협이 강력하게 수정을 요구한 핵심적인 규정들에 있어 축구선수협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거의 반영되지 않았음을 확인하기까지는 수분(數分)이 채 걸리지 않았다.
축구선수협에 선수표준계약서에 대한 의견을 구했던 문체부의 행위가 “명분쌓기”, “구색맞추기”에 불과하여, 한국프로축구연맹이 그동안 축구선수협에게 보여 왔던 모습들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깊은 우려와 걱정을 가질 수밖에 없는 합리적인 이유인 것이다.
그런데 이보다도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문체부가 “새로이” 작성하였다는 선수표준계약서의 내용이다.
위 선수표준계약서는, 기존에 프로축구연맹이 일방적으로 작성하여 사용해온 표준계약서에서 문제가 되어 온 조항들을 고스란히 옮겨왔을 뿐 아니라, 오히려 선수들의 기본적 인권과 권리를 후퇴시키고 있다.
예컨대, 종전 표준계약서와 마찬가지로 ① 선수의 초상권 등 퍼블리시티권을 입단과 동시에 구단에게 자동으로 귀속시키고, ② 다년계약을 원칙으로 하되 연봉은 매년 협상을 통해 정하도록 함으로써 선수와 구단의 관계를 실질적인 노예계약으로 만들고 있으며, ③ 선수의 동의 없이도 얼마든지 트레이드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결정적으로, 이번 새로 작성된 선수표준계약서에는 ④ 천재지변과 같은 불가항력적 사유로 K리그 연간 경기수가 줄어드는 경우, 선수의 연봉을 일방적으로 감액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새로 추가되었다.
K리그 연간 경기수를 정하고 K리그를 운영하는 주체는 프로축구연맹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왜 불가항력으로 인한 경기 수 감소의 리스크를 선수가 일방적으로 부담하여야 한다는 말인가? 어떤 과정에서 이와 같은 반(反) 인권적인 조항이 작출된 것인가?
우리 축구선수협은, FIFA룰에 정면으로 위반되는 내용으로서, 선수들의 기본적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규정을 담은 표준계약서(안)을 수용할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하며, 아울러 이 안건을 FIFA 및 FIFPRO에 긴급히 상정하여 다룰 것임을 알리는 바이다.
2021. 5. 4.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