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협 이영표 이사 “선수협이 추구하는 길은 어렵지만, 고통을 이겨내면 길이 열릴 것”
작성자KPFA
- 등록일 19-12-18
- 조회8,383회
- 이름KPFA
본문
“너는 선수협을 꼭 가입해야 한다. 선수 생활을 하다 만약 어려움이 있다면 너를 대신해 싸워주고 도와줄 것이다”
선수 시절 토트넘 홋스퍼에 입단을 앞두고 공항에 도착한 이영표가 처음 들은 토트넘 구단 관계자의 첫마디다.
영국, 미국, 네덜란드 전 세계를 누빈 ‘꾀돌이’ 이영표는 9월 27일 서울 광진구 CGV 건대입구에서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가 주관한 토크콘서트 ‘보고, 차고, 꿈꾸다’를 통해 약 100여 명의 축구 팬들을 만났다.
선수협 이근호 회장은 행사에 앞서 “이영표 선배와 함께 뜻깊은 행사를 진행하게 돼 정말 기쁘다. 워낙 인생의 내공이 깊은 분이라 아마 젊은 축구 팬들과 의미있는 추억을 만들 것이다. 앞으로도 선수협은 이런 행사를 많이 만들어 축구 팬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고 했다.
선수협 정다훤 이사는 “현역 선수들은 아무래도 이런 행사에 참여하기 쉽지 않은데 해설위원까지 했던 (이)영표선배가 얼굴을 맞대고 조언을 건넨다면 훨씬 더 받아들이기 쉬울 것 같다. 일방적으로 조언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보니 축구 팬들에게 많은 울림을 선사할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행사가 시작되고 팬들이 미리 작성한 포스트잇 질문지가 등장했다. 이영표는 마이크를 잡고 웃는 얼굴로 하나하나 축구팬들의 답변에 임했다.
특히 가장 많은 질문 가운데 하나였던 ‘선수협은 구단과 대립하는 관계인가’에 대해 이영표는 웃으면서 고갤 저었다.
“선수협에 대해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어떤 조직이 공평하지 못하고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익집단이라고 생각해서 저렇게 하면 안 된다고 주장을 하면서 새로운 조직이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새로운 조직 또한 그들만의 이익을 생각한다면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해요. 선수들의 이익만을 생각한다면 잘못됐다고 봅니다. 그건 또 다른 이익집단에 불과하죠. 선수들보다 중요한 건 한국축구 그리고 K리그입니다. 한국 축구를 위해 함께 파트너가 되고 좋은 길로 가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가 되어야 한다고 봐요.”
최근 선수협은 고군분투하고 있다. 계약 기간을 지키지 않고 구단이 임의로 선수를 방출하거나 수당을 약속하고 수당을 주지 않는 등 최소한의 선수 권익에 대한 부문을 지켜주고자 선수협은 부단히 애를 쓰는 중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선수협은 승부 조작이나 도핑 문제에 대해 예방하기 위해 선수단을 돌며 교육을 진행 중이다. 이영표는 “승부 조작이나 도핑 관련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하기엔 이미 늦다. 선수협은 선수들에게 캠페인을 진행하여 예방하고자 노력 중이다. 선수들과 토론하고 교육을 통해서 승부 조작이나 도핑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는 생각을 심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영표는 선수협이 현재 나아가고 있는 방향에 대해 자기 생각을 밝히며 젊은 축구 팬들에게 의미 있는 조언을 건넸다.
“옳은 이야기도 상대가 그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고,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건 틀린 이야기가 됩니다. 선수협이 우격다짐으로 무조건 싸운다면 선수에게 오히려 피해가 갈 수 있어요. 선수협은 선수를 보호하는 것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웃으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항상 방법을 찾는 중입니다. 사실 선수협이 추구하는 길은 정말 어려운 길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아예 노력도 하지 않고 포기해서 일에 실패했을 때 고통도 있고, 죽을힘을 다해 노력할 때도 그 자체만으로도 고통이 따르죠. 그러나 이 둘을 비교해봤을 때 노력에서 오는 고통이 훨씬 덜 아프다고 생각합니다. 왜냐고요. 아예 노력을 포기한다거나 도전하지 않는다면 그냥 아프고 말 뿐이지만, 노력을 통해 한계점을 뛰어넘으면 더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어요. 한계점에 다다르면 대부분 사람이 고통스러워서 포기합니다. 그러나 노력하다 보면 문을 열릴 겁니다. 포기하지 마세요. 여러분들이 노력해서 힘들 때 오는 고통이 나중에 큰 밑거름이 돼 성공의 문을 열어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