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를 내려놓고 초심으로 돌아간 선수협 정다훤 이사 “선수들의 권리는 스스로 찾는 것”
작성자KPFA
- 등록일 20-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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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 FC 베테랑 수비수 정다훤. 2016-2017년 군 생활을 안산 무궁화축구단에서 보냈다. '정수경'으로 불리며 군 생활을 마무리한 그는 다
시 K리그로 복귀했다. 제주와 광주에서 활약하던 정다훤을 다시 필요로 한 팀은 충남 아산 FC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정다훤은 선수협 이사로서 후배들에게 먼저 찾아가 스스럼없이 조언을 들려주며 후배들의 권익을 위해 노력하는 자세를 보여줬다. 무궁화축구단을 두 번이나 경험한 정다훤은 후배들의 고민이 남 일 같지 않았다.
새롭게 맞이한 2020시즌. 프로에서 12년째 시간을 보내고 있는 정다훤에게 낯선 시즌이다. 봄이 왔건만 아직 시즌이 개막되지 않은 상황. 그런데도 그는 훈련을 쉼 없이 이어간다.
남들보다 늦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축구를 시작한 정다훤은 프로에 들어와서도 연습벌레를 자처했다. FC 서울에서 프로선수 생활을 하던 당시를 떠올리며 "정말 축구를 잘하고 싶었어요. 그 때는 차도 없어서 밤늦게 버스를 타고 아무도 없는 컴컴한 훈련장에 다시 가서 혼자 벽에다 공을 차며 연습을 한 적도 많아요"라고 회상했다.
정다훤의 데뷔전은 놀랍게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친선경기였다. 약 50,000명의 관중이 들어찬 상암 경기장에서 프로 무대에 첫 발을 내디딘 그에게 내려진 특명은 바로 라이언 긱스를 막는 것이었다. 정다훤은 당시를 회상하며 "너무 긴장한 나머지 많은 실수를 저질러 아쉬웠어요. 특히 라이언 긱스는 앞을 보면서 드리블을 하는데도 말도 안 되게 빨라서 정말 곤욕을 치뤘죠. 훗날 '정다훤 맨유'가 실시간 검색어에 한동안 오른 적이 있어 깜짝 놀랐어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정다훤은 무명선수의 어려움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자신 또한 오핸 무명생활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어디 속 시원하게 고민을 나눌 사람도 없었고 자문을 구할 조직도 없었다. 정다훤은 "왜 선수들을 위한 단체는 없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힘든 시기에 김훈기 사무총장을 통해 선수협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그만큼 선수협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었죠"라고 말했다.
정다훤에게 있어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는 정말 소중했다. 책임감을 느끼고 발언하고 행동하다 보니 어느덧 선수협 이사진에도 합류했다.
선수협 이사가 된 정다훤은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고 싶었고 앞으로 태어날 제 아이에게도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었어요. 권위는 누군가로부터 부여받는 게 아니라 스스로 찾는 거잖아요. 우리 선수들도 스스로 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함께 힘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위기상황이 왔을 때 서로 함께 도와나갈 수 있으니까요. 물론 저부터 앞장서서 모범을 보여야겠죠"라며 다짐을 밝혔다.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기이지만 뒤돌아보면 매 순간이 위기였다. 최근 득남을 해서 더욱 어깨가 무거워진 정다훤은 장차 커나갈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되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