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축구 판 바뀐다…WSL 연봉 최저선↑, WK리그 연봉 상한↑
작성자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 등록일 25-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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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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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가 WK리그 연봉 상한이 6천만 원으로 상향된 것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며, “이제는 최저 연봉선과 안전·복지 기준까지 제도적 틀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잉글랜드 여자 슈퍼리그(이하 WSL)가 만 23세 이상 1부 선수에게 최저 연봉 4만 파운드(약 6,800만 원)를 보장하며 ‘완전한 프로’ 기준을 명확히 한 흐름과 맞물려, 국내 여자축구 리그에서도 처우 개선의 속도를 높일 시점이라는 평가다.
WSL은 이번 시즌부터 1부 리그에 최저 연봉제를 도입하고, 2부 리그 역시 영국 최저 생계 임금을 웃도는 수준의 연봉을 명시했다. 이는 그동안 일부 하위 리그에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급여로 인해 선수들이 생계를 위해 겸업해야 했던 현실을 개선하려는 조치다. 아울러 WSL은 구단 지출이 팀 수익의 80%를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등 재정 건전성 장치도 함께 마련했다.
또한, 구단주는 최대 400만 파운드까지 추가 투자가 가능하며, 이는 남자팀이 없는 구단도 재정적 균형을 유지하면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특히 런던 시티는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해 올여름 16명의 선수를 영입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잘 알려진 이 구단의 구단주 미셸 강은 프랑스 여자축구 명문 올랭피크 리옹 페미닌(OL Lyonnes)의 구단주이기도 하다. 이번 제도 개편은 WSL이 여성 선수들의 직업 안정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리그 전체의 재정 건전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잉글랜드 구단들은 미국 구단들과 치열한 영입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올해만 해도 100만 유로(약 14억 원)를 넘는 이적이 네 건이나 이뤄졌다. 첼시는 지난 2월 미국 수비수 나오미 기르마를 90만 파운드에 영입하며 여자축구 역대 최고 이적료 기록을 세운 데 이어, 최근엔 앤젤 시티로부터 알리사 톰슨을 약 110만 파운드에 데려왔다. 아스널은 캐나다의 올리비아 스미스를 100만 파운드에 영입했으며, 런던 시티 라이오네스는 파리 생제르맹의 그레이스 게요로를 140만 파운드에 데려오며 이적 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한편, 미국 여자축구 리그(이하 NWSL)도 선수에게 최저 연봉 4만 8,500달러(약 3,600만 원)를 보장하고, 리그 차원에서 최저 연봉제와 샐러리캡 제도를 운용해 구단 간 전력 격차를 조정하며, 드래프트 시스템 등을 통해 리그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NWSL은 2030년까지 최저 연봉을 8만 2,500달러(약 1억 1,779만 원)로 대폭 상향할 계획이다.
이런 NWSL의 변화는 선수 개인의 협상력에 의존한 것이 아니라, NWSLPA(내셔널 여자축구리그 선수협회)와의 노사 협약(Collective Bargaining Agreements)을 통해 임금 기준을 세운 데서 출발했다. 리그가 직접 ‘프로선수의 기본 조건’을 제도화한 사례로, WK리그가 참고할 만하다.
여자 축구 리그의 경쟁력 향상이라는 변화에 맞추어 한국의 WK리그는 ‘천장’을 올렸다. 리그 전체 연봉 상한을 6천만 원으로 상향해 상위 자원에 대한 보상 폭을 넓혔다. 선수협은 “WSL이 바닥을 끌어올려 직업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면, WK리그는 천장을 높여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양방향이 함께 작동해야 여자축구가 진정한 의미의 프로 스포츠로 성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번 결정은 단기간에 이뤄진 결과가 아니라, 선수협이 지소연 회장을 중심으로 선수들과 지속적으로 진행해온 설문조사, 구단 간담회, 연맹과의 현장 대화를 통해 꾸준히 제기해온 요구가 반영된 결과로 평가된다.
선수협 김훈기 사무총장은 “이번 연봉 상한선 인상은 선수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된다”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다만 여전히 선수 생계를 보장할 최저 연봉 기준이나 경기 환경 표준은 마련되지 않아, 일부 선수는 낮은 급여와 불규칙한 환경 속에서 경력을 이어 나가고 있으며, 혹서기 경기 운영, 부상 복귀 절차 등에서도 명확한 매뉴얼이 부재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김훈기 사무총장은 이번 연봉 상한선 인상이 단순한 ‘임금 조정’이 아니라 “WK리그도 프로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라고 평가하며, 변화의 흐름이 멈추지 않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훈기 사무총장은 “이번 변화는 도착점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앞으로도 선수협은 WK리그가 ‘지속 가능하게 강한 리그’가 되도록 끝까지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선수협은 하반기에도 구단 순회와 총회를 통해 선수 의견을 추가로 수렴하고, 최저 연봉, 복지·안전 기준, 퍼블리시티권(초상권) 등을 포함한 실행 로드맵을 준비해 연말에 공식 제안할 계획이다.